인천시가 5년 이상 준비해 온 ‘인천형 버스준공영제’가 25일 전격 시행됐다.

서울시를 비롯한 부산, 대구, 경기 등에 비하면 뒤늦은 출발이지만 일부 지자체들이 준공영제의 실패로 속앓이를 하는 것을 감안하면 ‘대기만성(大器晩成)형 준공영제’라는 기대를 걸어 봄 직하다.

시민들이 가장 손쉽고 마음 편히 이용할 수 있는 대중교통 버스.
그 버스에 ‘도전’이란 두 글자를 새겨 넣은 인천형 버스준공영제를 들여다봤다.

◇ 뭔가 특별한 게 있는 인천형 준공영제

인천형 준공영제의 핵심은 ▶통합형 요금징수시스템 구축 ▶노선 개편(신설, 분할·변경, 폐선) ▶운송업체 운영기반 안정과 운수종사자 적정 운임 지급 등이다.

인천형 준공영제의 ‘숨은 진주’는 통합형 요금징수기.

   
 

통합형 요금징수기는 지폐와 동전, 카드를 모두 인식해 투명한 운행수입 측정이 가능하다.

인천시가 통합형 요금징수기에 심혈을 기울이는 이유는 그 동안 버스운송업체의 운행수입 관리가 부실했다는 지적 때문이다.

일각에서 운송사업자들이 실제 수익금보다 적게 수익을 신고하거나 이를 핑계로 운수종사자들의 봉급을 적게 주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돼 왔던 것.
이 같은 주장에 운수사업자들 또한 “억울한 의혹을 받고 있다”며 볼멘소리를 던졌던 폐해를 말끔히 정리해 줄 수 있는 것이 통합형 요금징수기다.

이와 함께 인천시는 신흥 주거 밀집지역인 검단신도시를 비롯해 논현지구, 송도국제도시 등을 순환하는 순환버스를 운행해 해당 지역 주민들의 교통 불편 해소에 나섰다.

순환버스는 검단(8대, 81번, 초록색), 논현(7대, 51번, 초록색), 송도(5대, 91번, 초록색&분홍색)에서 각각 오전 5시 30분부터 오후 11시까지 평균 12~20분 정도의 배차 간격으로 운행된다.

특히, 논현지구의 경우 그 동안 짧은 구간임에도 이동이 불편했던 동춘역~소래포구~논현동 지역 주민들의 불편을 상당 부분 덜어줄 것으로 예상된다.

 ◇ 구부러진 노선은 곧게, 중복 노선은 과감히 포기

인천시는 이미 지난 1월 30일 2개 간선노선의 신설을 비롯해 7개 간선노선의 분할, 15개 간선노선과 3개 좌석노선의 운행구간 변경, 1개 간선노선의 폐지 등을 단행한 바 있다.

인천형 준공영제가 본격 시행된 25일에는 급행간선 11개, 간선 1개, 순환 3개 등 총 15개 노선이 운행을 시작했다.

인천시는 굴곡노선이 많은 인천의 교통기반을 기존 버스 노선의 일부만을 변경한 뒤 순환버스·급행간선버스·간선버스 등을 신설하는 방법으로 해결한다는 구상이다.

특히, 이 과정에서 굴곡노선의 다수가 분할·변경돼 과거와 달리 효율적인 운행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검단·도림·논현·송도 등 신개발지역과 만석·만월산터널·청천 지역 등 상대적으로 노선이 부족했던 지역에 순환 및 간선 등의 노선이 생기는 것도 눈여겨 볼 만하다.
시는 급행간선 노선의 경우 100원의 기본요금을 더 내는 대신 앞뒤 정류장 간 거리는 2㎞ 간격으로 유지하고 간선도로는 직선으로 운행, 효율성을 높이기로 했다.

시는 이를 통해 인천시내의 원거리 부도심 간 빠른 이동의 효과와 환승체계의 정착 등을 기대하고 있다.

 

   
 
◇ 인천형 준공영제의 하이라이트, ‘통합환승할인제’

인천은 독립된 광역생활권이 형성된 광역시이지만 서울 출퇴근 인구가 적잖은 도시다.

서울 통근인구는 계양구 계산, 부평구 삼산, 남동구 논현 등 택지지구가 곳곳에 조성되는 과정에서 더욱 증가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시민들에게서 수도권 통합요금제 실시에 대한 요구는 빗발쳤고 결국 인천시는 오는 7월부터 수도권 대중교통 통합환승할인제에 참여키로 했다.

통합환승할인제는 승객이 시내버스와 마을버스, 전철 가운데 어느 교통편을 이용하더라도 통행거리를 합산해 기본구간에서는 기본요금만 내고, 이를 초과하면 일정 거리마다 100원씩 추가로 내는 방식이다.
시는 통합환승할인제 시행으로 인천에서 시내버스와 경인전철을 이용해 서울시청 인근으로 출퇴근하는 시민 1인이 연간 45만 원의 교통비를 줄일 것으로 예상했다.

이를 위해 시는 이달 말까지 서울시와 경기도, 코레일, 인천버스조합, 인천지하철공사 등 유관기관과 통합환승에 따른 수입금 정산과 배분 문제를 협의해 6월까지 환승시스템 구축을 마칠 계획이다.

 ◇ ‘모로 가도 서울과는 다른 길 가는’ 인천형 준공영제

서울형 버스준공영제는 노선운영권과 노선수입금을 서울시가 모두 확보, 운송업체에 동일한 금액을 지급함(수익금 공동배분)을 근간으로 한다.
반면, ‘인천형 버스준공영제’는 노선운영권 일부(간선급행) 보유와 노선수입금 관리·감독은 인천시에서 맡돼 노선수입금 취득, 기타 서비스 관리 등은 버스회사가 담당하며, 만약 해당 노선의 적자 발생 시 ‘직원 임금’만큼은 시에서 책임지고 보조하는 형태다.
이처럼 시가 서울시와 다른 버스준공영제를 고수하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시 관계자는 “서울시의 경우 수익금 공동배분의 버스준공영제로 적자를 보고 있으나 재정 여건이 워낙 양호해 그 적자 보전이 수월한 편”이라며 “인천이 만약 서울시와 같은 방식으로 버스준공영제를 시행한다면 일부 타 시·도처럼 만성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고 귀띔했다.

결국, 이 같은 이유에서 인천시는 서울시와 타 시·도의 버스준공영제와는 다른 ‘실효성’에 무게를 둔 인천형 버스준공영제를 선택했다.

시가 운영하는 인천형 버스준공영제는 운수종사자의 임금을 제대로 챙겨주는 것과 노선을 최대한 짧고 효율적으로 조정하는 것.
이에 따라 시민들이 안전하고 편리하게 버스를 이용하는 것에 중점을 두고 있다.

이와 관련, 홍준호 인천시 건설교통국장은 “인천형 버스준공영제라는 것이 어찌보면 거창해 보일지도 모르겠으나 그 내용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생각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다”며 “(인천형 버스준공영제는)시민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버스’라는 대중교통수단을 그저 마음 편히 이용하고자 하는 소박한 바람이 현실화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급행간선버스 노선
▶노선번호=주요 운행구간(A=아파트)
▶901=마전 풍림A∼검단초∼원당지구 상가지역∼백석고∼공촌사거리∼동인천역
▶902=계양구 까치공원∼계산역∼공촌정수장∼백석고∼검단1동 주민센터∼검단하나A
▶903=불로동월드A∼검단고∼검암중∼서구청∼가좌고∼석바위시장∼모래내시장∼남동중
▶904=서구 한스엔지니어링∼신현주공A∼부평경찰서∼부평구 우림라이온스벨리A
▶905=계양역∼그랜드마트∼인천예림학교∼모래내시장∼도림고∼하늘마을A∼논현초
▶906=동인천역∼송도중∼신흥로터리∼용현사거리∼신기사거리∼시청입구∼남동중
▶907=작전역∼산곡여중∼백운역∼간석오거리∼길병원∼남동경찰서∼논현초
▶908=동인천역∼인하대병원∼송도고∼송도유원지∼동막역∼인천경제자유구역청
▶909=구산사거리∼인천대공원∼남동구청∼동춘역∼동막역∼송도 U시티
▶910=제물포역∼남구청∼송도역∼문남초∼연수구청∼논현고∼논현초
▶911=석바위시장∼주안역∼진흥사거리∼중앙병원∼연수경찰서∼우성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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