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우내 쌓인 먼지를 씻어내기 위한 봄맞이 대청소가 한창이다. 최근 50대 청소근로자가 작업 중 사망한 인천지하철 예술회관역도 예외는 아니다.

23일 오전 11시 예술회관역 3번출구 지하 1층 에스컬레이터에서도 어림잡아 50살이 훌쩍 넘어 보이는 여성 청소근로자 3명이 난간 유리의 먼지를 닦아내고 있었다.

지난 10일 이곳에서는 벽면 청소를 하던 50대 근로자가 2.7m 높이의 A자형 사다리에서 떨어져 숨졌다. 그러나 바뀐 것은 없었다. 작업 중인 난간 유리 너머는 높이 3~4m 아래 지하 2층이어서 작업 중 자칫 중심을 잃을 경우 추락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하지만 이들 청소근로자는 안전모 착용은커녕 아무런 보호장구 없이 작업을 진행하고 있었다.

앞서 발생한 청소근로자 사망사고 역시 인천교통공사의 부실한 현장 관리 속에서 안전장치 없이 작업을 하다 발생했다. 현행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르면 사업주는 작업 중 근로자가 추락할 위험이 있는 장소에서는 안전모나 안전대를 지급하고, 비계를 조립해 작업 발판을 설치해야 한다.

교통공사 측은 사고 발생 이후 모든 역사에 청소근로자를 위한 안전모를 비치했다. 그러나 안전모만 비치했을 뿐 청소근로자가 안전모를 착용하도록 하는 안전교육이나 근로 감독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청소근로자 김모(54·여)씨는 "안전모가 너무 걸리적거리고 청소하는 데 불편함만 더한다"며 "위쪽에서도 안전모를 쓰라고 강요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비슷한 시각, 부평삼거리역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대합실을 지나 승강장으로 가는 계단과 에스컬레이터 부근 벽면을 청소근로자들이 구슬땀을 흘리며 닦고 있지만 안전모를 착용한 모습은 눈에 띄지 않았다.

교통공사 관계자는 "사고 발생 이후 모든 역내 인원수만큼 안전모 등을 구비했고, 당분간 사다리를 이용한 청소 작업을 중지시킨 상태"라며 "안전한 작업을 위해 새로운 장비 설치와 교육을 강화할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이승훈 인턴기자 hun@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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