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에 거주하는 자영업자 A(51)씨는 2014년 6월 불법 안마시술소를 찾았다. '아로마'라는 상호를 썼지만 유사성행위 대가로 돈을 지불하고 가격에 따라 그 정도가 심해지는 퇴폐 업소였다.

A씨는 안마시술소에서 일하던 여성 B씨와 성매매 조건 등을 둘러싸고 실랑이를 벌였다. 문제는 A씨가 업소에서 나오는 과정에서 불거졌다. 요금 때문에 업소 측과 시비가 붙은 끝에 경찰이 출동한 것이다.

경찰 조사 과정에서 B씨는 A씨가 강제로 성관계를 맺으려 했다고 말했다. 자신이 여러 차례 접촉을 거부하고 소리를 질렀으며 업주가 방으로 들어와 가까스로 A씨에게서 벗어났다고도 진술했다.

B씨는 또 자신이 일하던 곳이 퇴폐 업소인 줄 몰랐으며 당시 처음으로 출근했다고 주장했다.

검찰에서 조사를 받으면서도 B씨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고, 당국은 B씨를 성매매특별법 위반이 아닌 강간미수 혐의를 적용해 재판에 넘겼다.

1심은 B씨의 증언에 신빙성이 있다고 보고 A씨의 혐의를 인정했다. B씨의 설명이 대체로 구체적이고 일관성 있다고 본 것이다. 이에 따라 A씨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고 160시간의 사회봉사, 40시간의 성폭력 치료 강의 수강을 명령받았다.

그러나 항소심에서 결과는 달라졌다. B씨의 증언이 수사기관과 법정을 거치며 조금씩 달라진 사실이 뒤늦게 주목받았다.

B씨는 경찰 조사에서 첫날 일하던 중 사건이 벌어졌으며 퇴폐 업소라는 점을 전혀 알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1심 법정에서는 증인으로 나와 이 업소에서 일한 지 1주일 만에 이 같은 일이 벌어졌다고 말했다.

항소심에서 증언은 더 크게 달라졌다. B씨는 자신이 사건 1개월쯤 전부터 업소에서 근무했고, 퇴폐 업소라는 점을 알고 있었으며 A씨와도 실제 유사성행위를 했다고 설명했다.

결국 항소심을 맡은 서울고법 형사12부(이원형 부장판사)는 원심을 깨고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가장 중요한 증인인 B씨가 경험한 사실대로 말하지 않고 유리한지를 따져 부풀리거나 숨기고 있을 개연성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B씨의 주장대로라면 극심한 피해를 입은 것인데도 바로 수사기관에 신고하지 않고 요금 때문에 경찰이 출동하자 비로소 피해를 알린 점도 판단 근거가 됐다.

재판부는 또 "성폭행을 당하기 직전까지 갔으면서도 유사성행위를 했다는 B씨의 진술도 믿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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