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도국제도시는 세계 유수 기업이 자유롭게 기업 경영을 할 수 있는 경제자유구역이라는 장점과 함께 인천국제공항과 인접한 지리적 위치가 재조명되며 세계적인 도시로 각광받고 있다.

 이미 다양한 매체를 통해 세계적으로 알려진 송도지만 미국 노스캐롤라이나대학의 존 카사다 교수와 프리랜서 기자인 그렉 린지가 공동 집필한 책 「에어로트로폴리스:다가올 삶의 방식」에서도 송도를 ‘세계 7대 에어로트로폴리스(공항도시)’로 선정하기도 했다.

 ‘2015 세계 책의 수도 인천’ 지정을 기념해 기호일보사가 진행하는 ‘인천시민과 명사가 함께하는 애장도서전’의 서른아홉 번째 명사로 선정된 조나단 쏘프 게일인터내셔널 코리아 부사장이 애장도서로 권한 책이기도 하다.

# 에어로트로폴리스로서의 송도국제도시

 

쏘프 부사장은 2004년부터 시작된 송도국제업무단지(IBD:International Business District) 프로젝트를 기획하며 송도와 처음 인연을 맺었다.

 프로젝트 기획 당시만 해도 ‘에어로트로폴리스’라는 개념은 생소한 것이었다. 에어로트로폴리스란 공항(Airport)과 대도시(Metropolis)의 합성어로, 공항과 인접해 발전하는 공항도시를 말한다.

 "공항도시라는 개념은 2011년 이 책이 출판되면서 저자들이 새로 만든 것입니다. IBD 프로젝트뿐 아니라 제가 송도에 와서 겪은 많은 것들에 적용 가능한 개념이기도 하죠. 실제로 이들은 이 책 집필을 위해 2009년 송도를 직접 방문해 공항도시에 대해 저희 회사와 인터뷰를 하기도 했습니다. 첫 페이지부터 송도를 언급하고 있어 이 책에 관심을 갖게 된 것도 사실입니다. 특히 이 책은 저자가 저에게 직접 사인해 준 책이라 더 애착이 가네요."

 이 책에서는 송도를 비롯해 미국의 디트로이트와 멤피스, 인도 하이데라바드, UAE의 두바이, 중국의 충칭(重慶), 네덜란드의 암스테르담 등을 세계 7대 에어로트로폴리스로 선정했다.

 역사적으로 도시의 발전 과정은 해안·항구중심단계, 철도중심단계, 고속도로중심단계, 교외중심단계 등을 거쳐 왔다. 저자들은 최근 항공물류의 중요성이 커지는 만큼 국제공항을 근거로 한 에어로트로폴리스가 발전할 단계라고 예측하고 있다.

 이에 대한 쏘프 부사장의 생각은 이렇다. "역사적 관점에서 도시는 강이나 바다 근처 또는 교통수단에 따른 경제적 교류에 따라 생성되고 발전해 왔습니다. 이제는 물리적으로 공항 바로 옆에 있거나 공항과 인접한 도시로서 공항과 혜택을 주고받는 도시가 엄청난 경제적 발전을 몰고 올 단계입니다. 후자에 속하는 송도는 영종하늘도시와 같은 인천 주요 지역의 게이트 역할을 함으로써 큰 변화를 이끌어 낼 것입니다."

 실제로 송도는 인천국제공항과 차로 불과 15분 거리에 위치해 사실상 공항과 연결돼 있는 것과 마찬가지다. 또한 채드윅국제학교나 각종 대학이 입주한 글로벌캠퍼스가 자리해 교육적 측면에서도 여건이 뛰어나다. 각종 기업과 주거시설이 한곳에 집결돼 있다는 점도 하나의 특징이다. 이러한 물리적 환경은 재개발을 통해 이뤄질 수 없는 것으로, 처음 도시계획 단계부터 신중하게 설계돼야 한다.

 "에어로트로폴리스의 개념에 정확히 부합하기 위해서는 사람들이 공항 활주로에 살 수 있는 환경이 돼야 하겠죠. 하지만 각종 소음이나 위험성 문제 때문에 현실적으로 이는 불가능합니다. 이런 면에서 송도는 공항과 굉장히 가깝지만 한편으로는 인천대교를 거쳐야 하는 등 적당히 구분돼 있기 때문에 주민들의 삶의 질도 보장할 수 있습니다."

 최근 도시 개발은 가장 빨리, 가장 적은 비용을 들이는 방향으로 변화하는 추세다. 그렇게 될수록 사람들은 삶의 질에 대해 고민할 수밖에 없다는 게 쏘프 부사장의 생각이다. 그런 면에서 그는 이 책에 대해 약간의 아쉬움도 남는다.

 "이 책은 경제가 세계화되면서 ‘빨리 움직이는 생활 패턴’과 ‘강자가 살아남는 사회’에 대해 강조하고 있습니다. 공항도시 역시 도시계획 측면에서 이를 충족시킬 수 있는 하나의 방법이겠죠. 그렇지만 궁극적으로 도시라는 것은 사람이 살기 좋고 이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켜 주는 공간이 돼야 합니다. 그런 면에서 아쉬움이 남습니다."

 # 송도의 잠재적 가치

 쏘프 부사장은 「에어로트로폴리스」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으로 이 책의 서론을 꼽았다. 서론에서는 1975년부터 2005년까지 30년간의 세계 경제에 대해 단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책은 이 기간 ‘전 세계 GDP는 154% 증가했으며 세계 무역은 355% 증가했다’고 적고 있다.

 그러는 동안 항공을 통해 이뤄진 물류는 놀랍게도 무려 1천395%나 급증했다. 3조 원 정도 가치에 달하는 전 세계 무역의 ⅓가량이 하늘에서 이뤄진 것이다. 이 책은 그만큼 공항과 에어로트로폴리스가 미래의 세계 경제에서 큰 역할을 담당할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

 "물론 한 도시의 가치는 경제적으로만 환산할 수 없는데다, 숫자로 환산한다는 것 또한 의미가 없습니다. 도시는 그저 지금 그곳에 살고 있는 사람들뿐 아니라 수십 년 혹은 100여 년 후에 살게 될 사람들까지 행복하게 만들어 주는 곳이어야 합니다."

 그가 하나의 도시를 기획·개발하는 주체로서 추구하는 목표는 주민들에게 ‘살기 좋은 곳, 일하기 좋은 곳, 가족이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기 좋은 곳’이라고 평가받을 수 있는 도시를 만드는 것이었다.

 "IBD 프로젝트 삽을 뜨기 이전부터 기획단계까지 보자면 송도와 인연을 맺은 지 15년 정도가 흘렀습니다. 저는 지금까지 주민들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 노력해 왔으며, 앞으로의 송도의 미래에 대해서도 자신하고 있습니다. 송도는 지금도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있지만 20~30년 후라도 송도를 다시 방문해 이곳이 어떻게 변해 가는지, 얼마나 활기를 띠고 있는지 직접 확인하고 싶네요."

# 공항을 친근하게

 안타깝게도 「에어로트로폴리스」는 아직까지 한국어 번역본이 시중에 없다. 영문판의 경우 서점에 주문하거나 인터넷에서 구매할 수 있지만 일일이 번역해 읽어야 한다. 어쩌면 ‘숙제’처럼 느껴질 수 있다고 생각했는지 쏘프 부사장은 공항과 관련되면서도 누구나 쉽게 읽을 수 있는 책 한 권을 더 추천했다.

 쏘프 부사장이 꺼내든 책은 알랭 드 보통의 「공항에서 일주일을:히드로 다이어리」다. 책의 모서리가 다 헤졌을 정도로 그가 항상 소지하고 꺼내 보는 책이다.

 "저자인 알랭 드 보통이 런던 히드로공항에서 일주일간 실제로 머물면서 겪은 일을 풀어낸 책입니다. 공항 측에서 보통을 초청해 공항 어느 곳이든 출입할 수 있는 권한을 준 거죠. 일주일 동안 그가 본 것, 겪은 일, 사람들과 나눈 대화 등을 시적인 표현으로 생생히 표현해 영어가 모국어가 아니라도 물 흐르듯 재밌게 읽을 수 있습니다. 마음이 복잡할 때 이 책을 읽으면 생각이 차분해지곤 합니다."

 공항도시를 설명한 「에어로트로폴리스」와 달리 이 책은 마치 ‘하나의 잘 짜인 안무’와 같은 공항체계를 독자들에게 소개하고 있다.

 쏘프 부사장의 경우 일 년의 절반은 미국을 오가다 보니 공항이나 비행기에서 보내는 시간이 상당하다.

 "책 내용을 떠올리며 공항에 머물다 보면 공항 곳곳을 머릿속으로 상상하며 시각화하는 재미를 느낄 수 있습니다. 한국인들 중에도 해외여행을 자주 가거나 가족이 외국에 사는 경우가 많을 겁니다. 그런 면에서 이 책으로 다른 사람들과 공항에 대한 특별한 감정을 공유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실제로 이 책을 통해 평소 자신이 알지 못했던 공항의 뒷부분 등 구석구석을 겪다 보면 무심하게 지나쳤던 곳도 이전과 다른 느낌을 주게 된다. 이 책의 저자처럼 어디든 오갈 수 있는 권한이 주어진다면, 쏘프 부사장은 어떤 곳에 가 보고 싶을까.

 "기장들이 운항 전에 들러 전 세계의 날씨나 비행 정보를 확인하는 일종의 관제탑이 있을 것이라고 항상 상상해 왔습니다. 한자리에서 모든 정보를 볼 수 있다면 신기하겠죠. 이 외에도 한식과 할랄 음식 등 여러 종류의 기내식이 한 번에 조리되는 부엌에도 한 번 가 보고 싶네요."


대담=한동식 정치부장 dshan@kihoilbo.co.kr

정리=김희연 기자 khy@kihoilbo.co.kr

사진=최민규 기자 cmg@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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