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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사는 마을 매장.
인천시 계양구 작전동에 위치한 사회적 기업 ‘함께 사는 마을㈜’은 ‘내일을 꿈꾸고 벽을 허물어 이웃이 되고 더 행복한 세상을 위해 함께 하겠다’는 모토로 지난 2010년 설립됐다.

 설립 이후 함께 사는 마을은 뜻이 있는 시민들과 기업·단체로부터 기부받은 중고 의류를 수선·리폼해 판매하거나 30∼50대 신상품 여성의류를 구매해 저가에 판매하는 활동을 주로 해 왔다. 한때 인천지하철 역사와 작전동 일대에 함께 사는 마을 이름으로 의류 및 소품 복합판매장을 5호점까지 낼 정도로 사세를 확장했지만 돌아온 것은 2억 원이 넘는 손실뿐이었다.

 임정수 대표는 "컨설팅도 받아보고 온·오프라인 판매도 시도했지만 생활용품의 자원화, 중고 물품의 자원화가 생각처럼 쉽지 않았다"며 "무엇보다 매달 들어가는 매장 임대료 부담이 너무 커서 중도 포기를 생각할 정도였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하지만 그가 사업을 포기하기엔 함께 사는 마을이 만들어지까지 그 모태 역할을 해 온 ‘인천지역 5·18 민주화운동 순국 열사 후원회(1999∼2002)’ 회원들과 이들이 만든 비영리 민간단체 ‘계양봉사단’에 이르기까지 임 대표와 뜻을 같이한 ‘식구들’이 눈에 밟혔다.

 임 대표는 기업의 자생력 강화와 체질 개선을 위해 두 가지 결단을 내린다.

 하나는 정부와 인천시가 사회적 기업에 제공하는 인건비나 사업개발비 등 일체의 지원을 받지 않고 100% 자력으로 회사를 이끌어 가겠다는 결심이었고, 지난해부터 이를 실천했다.

 또 다른 하나는 중고 물품을 활용한 생활환경 개선사업을 보완하면서 왕벚나무와 맥문동 심기라는 자연환경 개선사업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한다는 전략이다.

 이에 따라 함께 사는 마을 직원 18명과 계양봉사단원 300여 명은 지역에서 펼쳐지는 각종 나눔장터에 연간 100회가 넘게 참여해 여성의류 및 소품류를 전투적으로 파는가 하면, 계양구 서부천과 계산택지 둘레길의 생태환경 조성을 위해 1천 그루의 왕벚나무와 300만 촉의 맥문동 심기 활동에 나서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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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설 나눔장터가 열리고 있다.
또한 최근 인천국제공항공사가 개최한 ‘2015 사회적 일자리창출사업 경연대회’에서 함께 사는 마을의 ‘공항 옥외주차장 푸른 녹지 조성을 위한 맥문동 식재사업’이 선정돼 조경사업에서도 큰 빛을 발하게 된다.

 양지식물인 잔디가 햇빛이 부족한 그늘진 곳에서 생육 상태가 고르지 못한 것과 달리 음지 양피식물인 맥문동은 사시사철 푸르고 별도의 관리가 필요하지 않아 보는 이로 하여금 심리적 안정과 환상적인 아름다움을 선사(6∼9월 개화)한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어서다.

 임 대표는 "맥문동 사업을 통해 함께 사는 마을은 의류 판매라는 기존의 한계를 넘어 지역주민 고용 창출과 환경 개선이라는 사회적 기업 본연의 취지에 충실하면서도 지속가능한 발전성을 담보할 수 있게 됐다"며 "자원봉사자와 지역주민이 맥문동 심기를 함께 하면서 사회적 기업을 알리며 주민의 참여를 유도하고, 그 수익금을 다시 사회로 환원하는 선순환 구조를 내년부터는 본격적으로 실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임정수 함께 사는 마을(주) 대표 인터뷰

"사회적 기업이 정부 지원사업이다 보니 장밋빛 미래를 보고 이 사업에 뛰어드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무한 시장경쟁 체제에서 일반 기업들과 경쟁하면서 사회적 기업이 치러야 하는 ‘수업료’는 실로 어머어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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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회적 기업의 초록빛을 보고 지난 2010년 ‘함께 사는 마을㈜’을 설립했다가 값비싼 ‘수업료’를 치른 임정수 대표의 말이다.

 16년 전 우연히 지인들과 함께 광주 5·18 묘역을 방문했다가 묘비에 쓰인 글귀에 감동을 받아 우리 사회 어려운 이웃들의 자립을 돕겠다고 결심한 게 그가 사회적 기업을 시작하게 된 배경이다.

 임 대표는 "의도와 다르게 5·18이라고 하니 정치색이 강해 보여 나눔·자치·배려·사랑을 모토로 한 지역 봉사단을 꾸리면서 본격적으로 지역사회의 소외계층과 호흡하게 됐다"면서도 "봉사단의 형태도 취약계층을 위한 간접적 지원을 넘어서지 못해 결국 그들을 고용해 함께 일할 수 있는 사회적 기업을 준비하게 됐다"고 말했다.

 폐휴대전화를 수거해 자원화하는 사업으로 임 대표는 함께 사는 마을의 문을 열었으나 2년 만에 스마트폰의 등장으로 휴대전화 재생사업은 고사 위기에 처한다. 이후 의류업에 도전하지만 이마저도 큰 손실을 남기며 폐업 직전까지 그를 몰고 간다.

 하지만 그때 한 기업인이 실크스카프 신상품 3만 매를 함께 사는 마을에 무상 기부하면서 그의 사업도 전환기를 맞게 된다.

 임 대표는 "주말도 없이 직원들 및 봉사단원과 함께 온갖 장터를 찾아다니며 장돌뱅이처럼 의류와 스카프를 판매하고, 그 수익금으로 계산택지 둘레길에 도시숲 만들기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초창기 휴대전화와 의류 사업이 어려웠던 것은 그만큼 충분한 시장조사와 기술적 노하우가 없었던 탓"이라며 "하지만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한 맥문동 심기라는 환경개선사업은 전국적 현황 파악을 마치고 표본집까지 만들어 놓을 만큼 탄탄한 사업력을 확보하고 있다"고 자신했다.

 협력적 거버넌스 형태로 시작한 계산택지 둘레길 맥문동 조성사업이 오는 2020년까지 진행될 예정이고, 내년에는 인천국제공항 옥외주차장에 맥문동 시범 식재사업을 성공적으로 수행하게 된다면 2017년부터는 조달청 응모를 통한 민간 영역으로의 사업 확장도 가능하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러면서도 임 대표는 "손익분기점을 넘기고 이익 창출 구조를 갖추더라도 ‘수익의 40%는 직원들에게, 40%는 지역사회로, 20%는 회사에 재투자한다’는 설립 당시의 원칙을 지킬 것"이라며 "함께 사는 마을은 국내 노인복지센터 지원뿐 아니라 캄보디아·라오스 등 해외 봉사활동도 변함없이 꾸준히 전개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업분석

함께 사는 마을㈜은 지난 2012년 12월 고용노동부로부터 사회적 기업 인증을 받았다. 주요 사업은 중고 의류 판매, 의류 리폼, 노인복지센터 운영 등이다.

 함께 사는 마을의 자산 증가를 보면 2013년 대비 16%(2014년) 감소했다. 지난해 매출액은 3억1천900만 원이고, 당기순이익은 전년 대비 123% 증가한 9천400만 원이다.

 은행에서 대출심사 시 기업의 단기 지급 능력을 판단하는 지표로 이용되는 유동성비율은 2013년 107%에서 지난해 70%를 기록했다. 업종의 특성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일반적으로 200% 이상이면 유동성이 양호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부채비율은 2013년 162%, 지난해 600%를 기록했고 자기자본비율은 2013년 38.2%, 지난해 15.3%로 나타났다.

 부채비율이 증가하고 자기자본비율이 감소한 것은 인천지하철 역사에 입점했던 중고 의류 판매 매장 3곳의 운영 중단 및 대표이사의 자립경영 방침에 따라 지난해 정부보조금(일자리사업 및 사업개발비)을 지원받지 않은 결과로 보인다.

 함께 사는 마을은 현재 중고 의류 판매, 리폼을 통해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고 있으며 계양구 서부천을 살리기 위해 맥문동 심기 등 지역사회 봉사활동에 앞장서고 있다.

 <기업 분석=김용구 남구사회적경제지원센터 센터장·경영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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