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초등학교 본관.
개항 후 다양한 서양 문물을 받아들인 인천은 우리나라 서구식 신교육의 시발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때 세워진 우리나라 최초의 초등사학이 바로 123년 역사를 자랑하는 영화초등학교(동구 창영동)다.

 영화초교는 수년째 기독교를 중심으로 한 인성교육, 외국어교육, 독서교육, 현장체험 학습과 특기적성 교육 등을 강조하며 학생들의 소질 개발을 유도하는 교육의 흐름을 주도하고 있다.

 #성경을 중심으로 한 인성교육

 영화초교 안태홍 교장은 학교 교육과정에서 가장 강조하는 것은 ‘인성교육’이라고 설명했다. 영화초교가 세워진 과정을 보면 왜 그가 인성교육을 강조하고 있는지 쉽게 이해할 수 있다. 1892년 4월 설립돼 올해로 개교 123주년을 맞는 영화초교는 우리나라 최초 감리교회인 내리교회 2대 담임목사였던 존스 목사의 부인 마가렛 존스 여사에 의해 세워졌다.

 영화초교는 선교사에 의해 세워진 우리나라 최초의 서구식 교육기관이라는 이념에 맞춰 기독교 정신과 신앙을 중심으로 한 인성교육에 중점을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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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어민 교사가 진행하는 영어 수업을 받고 있는 4학년 학생들.
또한 매년 한마음체육대회나 달란트축제 등 온 가족이 함께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 및 체험활동을 마련함으로써 학생들이 스스로 옳고 그름을 깨우칠 수 있도록 했다. 이는 학생들의 자연스러운 인성 함양에 도움이 된다는 설명이다.

 #원어민 교사와의 놀이를 통한 외국어교육

 영화초교는 학생들이 언제 어디서든 영어교육을 할 수 있도록 학교 전체를 하나의 ‘영어마을’로 꾸몄다. 음식점, 공원, 우체국은 물론 외국식 공중전화까지 설치하는 등 학생들이 영어에 대한 거리감을 느끼지 않도록 했다.

 현재 영화초교가 중점을 두고 있는 외국어교육은 영어와 중국어로, 각각 2명의 원어민 교사를 보유하고 있다.

 보통 우리나라 학생들은 외국어를 책을 통해 학습하기 때문에 글을 해석할 수는 있지만 정작 실제로 외국인들을 만나면 자연스럽게 대화하지 못하기 일쑤다.

 영화초교는 학생들의 외국어교육에 있어 회화가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인지하고 저학년 때부터 ‘영어회화 인증제’를 도입해 운영하고 있다. 그 예로 1학년 교육과정에서 외국어교육은 일주일에 7시간을 유지하도록 했으며, 학생 수 대비 전국에서 외국어 교사 수가 가장 많다.

 안 교장은 "저학년 때부터 학생들이 비록 영어를 알아듣지 못하더라도 5학년 정도가 되면 학생 모두가 간단한 영어회화는 할 수 있을 정도로 일상에서의 외국어교육을 생활화하고 있다"며 "따라가기 힘들어 하는 아이가 있더라도 다 함께 하는 보충수업이나 영어교육 등을 통해 자연스럽게 공부할 수 있도록 한다"고 설명했다.

 이 외에도 6학년생은 외국어 체험 수학여행인 ‘비전트립’의 일환으로 매년 중국어회화를 경험하도록 하기 위해 중국 등을 방문했지만, 최근 크고 작은 안전사고가 발생하면서 올해부터 중단되기도 했다.

 #일상에서의 독서교육

▲ 아빠와 함께 갯벌로 체험학습을 하고 있는 영화초교 학생.

 영화초교가 외국어교육 못지않게 중점을 두고 있는 교육은 독서교육이다.

 영화초교는 현재 전국 최고 수준의 어린이 전용도서관을 갖추고 있다. 학생들이 이곳에서 스스로 창의력과 사고력을 키워가고 있다. 현재 영화초교 도서관이 보유하고 있는 장서는 2만여 권으로 웬만한 구립 도서관 못지 않다. 학생 1인당 70여 권에 해당하는 수치다.

 또한 전문 사서교사와 특색 있는 독서 프로그램을 마련함으로써 체계적인 독서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현재 영화초교에는 1인 1책 갖고 다니기, 독서퀴즈, 학년별 독서·토론·논술교재 활용, 도서관 활용교육, 독서인증제, 독서통장제, 다독아 표창, 학교도서관 연중 개방, 학부모 및 학생에 독서 선택권 부여 등 다양한 독서교육을 진행 중이다.

 이와 함께 안 교장은 과거 자신이 근무했던 신송초등학교와 마찬가지로 영화초교에서 아침 독서시간 정착을 꾀하고 있다.

 과거 신송초교 교장이었을 당시 안 교장은 전교생이 등교하면 무조건 아침에 책을 읽도록 하는 프로그램을 정착시켰다. 조용히 책을 읽고 나면 수업시간에 집중하기도 쉽고, 학습 능력 또한 향상시킬 수 있다.

 안 교장은 "지금은 학생들이 등교 시간이 들쑥날쑥하다 보니 정착이 잘 되지 않아 이런 부분에서는 개선이 필요하다"며 "영화초교에서도 이러한 전통을 만들 수 있도록 교사들과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외에도 방학 때는 1주일 동안 외부강사와 함께 하는 독서캠프를 열어 다양한 독서 프로그램을 경험할 수 있게 하는 등 앞으로도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해 운영할 예정이다.

 #다양한 분야의 특기적성 교육

 영화초교는 학생들이 진정으로 원하고 잘 할 수 있는 분야를 개발하도록 돕기 위해 다양한 분야의 특기적성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과거 의무적이었던 분야 선택과 달리 이제는 학생들의 소질 개발을 위해 선택의 폭을 넓혀 다양성을 추구했다. 사물놀이, 태권도, 바이올린이나 플루트 등 악기연주, 요들, 골프 등 학년별로 학

▲ 지난 5월 인천의 한 어린이 직업체험관으로 체험학습을 간 2학년 학생들.
생들이 선택할 수 있는 과목을 다양화 해 배우는 즐거움을 우선시했다.

 영화초교는 특히 악기 종류를 다양화하고 교사들의 아이디어를 통한 특색 있는 방과 후 활동을 마련해 학부모들의 동의를 얻어 학생 누구나 참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또한 영화초교는 올해부터 ‘월 1회 체험학습’을 실시하고 있다. 안 교장은 국내에서 이렇게 체험학습을 운영하는 학교 거의 없을 것이라고 자부한다.

 체험학습은 인천지역은 물론 경기도나 지방까지 각 학년별로 장소를 정해 실시하고 있다. 매달 학년마다 다른 곳으로 체험학습을 가는 것은 사실 힘들지만, 운영위원회와 교사를 비롯해 많은 관계자들이 장소를 협의하거나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등 학생들과의 약속을 지키고 있다.

 

 #안태홍 교장 인터뷰

 "최근 사교육 문제로 공교육에 대한 제재가 늘었습니다. 이러한 환경에서도 우리 영화초교는 학원이 필요 없을 정도로 학생들에게 맞춰 교육과정이 마련돼 있다고 자신할 수 있습니다."

 창문 너머로 학생들이 운동장에서 뛰노는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던 영화초교 안태홍 교장은 "아이들이 행복한 학교가 바로 혁신적인 학교"라고 말했다.

 안 교장은 "학생들이 학교에 와서 가장 오랫동안 마주하고 있는 어른은 바로 선생님"이라며 "선생님들이 웃음으로 학생들을 대하지 않으면 학생들은 고스란히 그 기분을 이어받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런 점에서 안 교장은 ‘학생들이 웃음으로 시작해 웃음으로 끝나는 학교’를 만들기 위해 교사들과 노력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영화초교에는 형제 모두가 같은 학교에 다니는 학생이 많다. 학교가 그만큼 학생들을 즐겁게 만들었으며, 이를 통해 학부모에게 믿음을 줬다는 증거다.

 안 교장은 "학교란 아이들의 천국"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영화초교는 학생들의 흥미를 돋우는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마련하는 것은 물론, 학생들이 빈 몸으로 학교에 와도 공부할 수 있을 정도로 전 과목 학습 준비물 등을 갖춰놓고 있다.

 안 교장은 "근처 문방구에서 불만이 쏟아지기도 한다"고 웃으며 "아이들 교육에 대한 학부모의 부담과 걱정을 덜어주는 한편 학생들이 원하면 언제든 공부할 수 있는 학교가 되려는 의지"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아이들이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오고 싶어지는 학교, 친구들과 맘껏 뛰어 놀 수 있는 학교, 학생들을 위한 군더더기 없는 교육이 이뤄지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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